몸과 마음이 헛헛할 때. 스스로 장을 보고 밥을 해먹어야 한다.

흑보리밥과 여름 푸성귀 돼지불고기 쌈


한여름엔 보리밥에 상추, 깻잎, 고추를 쌈장과 곁들여 먹는 즐거움이 있다. 채소를 잔뜩 겹쳐 놓고 고기 한 점에 쌈장을 얹어 불룩하게 넣어 먹거나, 고추를 한 입 아삭하게 베어 먹거나. 너무 매운 고추를 먹은 뒤엔 구수한 보리밥으로 알알한 혀를 달래주는 재미가 풍성하다. 그릇이 넘치도록 가득 담은 여름 푸성귀와 '집된장'으로 만든 쌈장만 있으면 일주일 동안 외식에 시달려 허한 몸을 확실하게 충전할 수 있다. 한 번 만들 때 돼지 불고기는 두 번 정도 먹을 수 있게 비닐 포장해 냉동한 뒤 녹여 먹으면 편리하다. 밥 위에 얹어 '덮밥'으로 먹어도 좋다.1돼지고기는 키친 타월로 눌러 핏물을 없애고 적당히 지방 부위를 제거한다. 5cm 정도로 썬 뒤 청주, 매실청을 넣어 재워둔다.2양파는 채 썰기, 청양고추, 홍고추, 대파는 어슷썰기를 한다. 고추장, 고춧가루, 진간장, 다진 마늘, 다진 생강을 넣어 양념을 만든다.3뜨겁게 달군 팬에 현미 유를 두른 뒤, 다시 중간 불로 낮춰 양파를 볶는다. 미리 만들어둔 양념에 돼지고기를 버무린 뒤 팬에 익힌다. 파, 청양고추, 홍고추를 차례로 넣고 볶아 매콤한 맛을 더하면 완성. 기호에 따라 후추, 참기름으로 마무리한다.

마 메밀국수


여름이면 꼭 먹게 되는 '소바(메밀국수)'. 마를 듬뿍 갈아서 메밀면 위에 올려 먹으면 한결 든든하다. '쯔유'만 있으면 만드는 법도, 먹는 법도 한층 간단해진다. 일식 레스토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메밀국수 장국의 캐러멜 색소, 지나친 단맛이 부담스럽다면 특히 직접 집에서 만들어 먹길 권한다. 1 쯔유는 물을 2컵 정도 부어서 희석한 뒤 냉장고에 넣는다. 2 김은 얇게 자르고 파는 송송 썰어둔다. 고추냉이와 무, 마는 적당히 갈아서 준비한다. 3 메밀국수는 퍼지지 않게 삶아 얼음물에 잘 헹궈 물기를 빼둔다. 국수와 함께 무, 파, 고추냉이, 쯔유를 같이 차려서 기호에 맞게 넣어 먹는다.1진간장, 멸치, 다시마, 표고버섯에 청주를 넣고 냉장고에서 하룻밤 재운다.2냄비에 미리 재워둔 재료를 넣고 설탕물을 더해 중간 불에서 팔팔 끓인다. '가츠오부시(우리 말로 가다랑어포)'를 추가한 뒤 불을 끄고 식힌다.3면 보자기를 깐 체에 깨끗이 걸러 한 번 더 끓인 뒤 냉장 보관한다. 냉장고에 두면 한 달 정도 먹을 수 있다.

통녹두 닭죽


기온이 평소보다 높은 습한 여름엔 입맛이 떨어진다. 몸의 기운도 함께 떨어지기 쉽다. 더위를 이기는 대표적 보양식인 닭을 한 마리를 구해 백숙으로 먹은 뒤, 먹고 남은 살과 국물을 냉동실에 갈무리해 둔다. 밥이 먹기 싫을 때, 얼려둔 닭고기 살과 통녹두를 넣어 죽으로 끓여 먹으면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온몸에 퍼져 절로 보양하는 기분이 든다. 냉장고에 있던 감자, 애호박, 부추 등을 같이 넣어 끓이면 두루두루 영양까지 챙길 수 있다.1통녹두를 물 부은 냄비에 넣고 부드럽게 익을 때까지 익힌 뒤 건져낸다. 찹쌀, 멥쌀은 잘 섞어서 불린다. 역시 표고버섯은 미지근한 물에 넣어 불리고 감자는 잘게 썬 뒤 찬물에 담가 색이 변하지 않게 한다.2양파, 애호박, 표고버섯, 부추는 같은 크기로 썰어 준비한다.3닭고기를 닭 육수에 넣고 끓인 뒤, 소금과 후추로 간한다.4냄비에 닭육수 2컵을 붓고 녹두, 찹쌀, 멥쌀, 감자, 양파, 표고버섯을 한 번에 넣고 중간 불에 끓인다(눌어붙지 않도록 계속 젓는 게 포인트). 불을 낮추고 나머지 육수를 붓고 3~4분 정도 더 끓이다가 뚜껑을 덮은 채 15분 정도 뜸을 들인다.5중간 불에 끓이다가 애호박을 얹으면 완성. 밥알과 녹두가 부드럽게 으깨진 모양이면 그만 끓이란 신호다. 다진 파, 부추, 닭고기를 얹어 먹으면 된다.

뽕잎 감자 수제비


여름엔 밥보다 국수, 수제비 같은 밀가루 요리가 자주 당긴다. 밖에서 사 먹는 국물 음식은 맛있게 먹고 나서도 조미료 맛이 혀끝에 감돌더라. 생각보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수제비 반죽을 미리 냉장고에 숙성(반나절 정도)시켜 놓으면 비상 식량처럼 어느 때라도 먹을 수 있다. 된장, 멸치로 육수를 내고 냉장고에 있던 '잉여' 채소를 꺼내 숭숭 썰어 넣은 뒤 수제비 반죽만 뚝뚝 뜯어 끓이면 되는 일종의 '3분 메뉴'. 땀 뻘뻘 흘리면서 수제비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나면 후텁지근한 여름바람도 시원하게 느껴질 것.1우리 밀가루, 뽕잎 가루, 소금을 큰 볼에 넣고 물을 조금씩 부으면서 손바닥 힘으로 여러 번 치댄다. '아기 귓불'처럼 말랑하게 변하면 반죽이 완성됐다는 뜻. 비닐봉지에 반죽을 싼 뒤 냉장고에서 2~3시간 동안 숙성한다.2육수 재료(멸치 한 줌, 새우 반 줌, 다시마 손바닥 크기, 파 뿌리, 양파 껍질)에 물을 충분히 붓고 끓인다. 다시마를 건지고 다시 끓여서 체에 거른다.3감자, 애호박은 넓적하게 썰고, 청양고추는 송송 썰어 준비한다. 부추는 4cm 정도로 썬다.4숙성된 반죽은 넓은 접시에 얇게 뜯어 준비한다. 미리 만들어둔 육수를 다시 끓이다가 된장을 풀어 넣고 감자, 수제비, 애호박, 청양고추 순으로 넣고 한 번 더 끓인다. 부추를 넣은 뒤 완성.

빙수 서리태 국수


콩국수를 좋아한다면 꼭 도전하길 권하는 여름 메뉴. 메주콩은 잘 삶지 않으면 메주 냄새가 나기 쉬운데 '서리태(껍질은 검은색, 속은 파란색인 콩)'는 그렇지 않다. 몰캉할 정도로 삶으면 된다. 콩국물을 걸러내고 남은 '서리 콩' 건더기로 콩전을 부쳐먹어도 되지만, 나는 얼린 콩 건더기를 블렌더에 갈아 국수 위에 얹어 먹었다. 시원한 '빙수' 국수 같다. 미리 콩 건더기와 콩 국물을 준비해 뒀다가 국수만 삶아 더해 먹으면 간편해서 좋다.1오이는 채 썰고 방울토마토는 반으로 자른다. 블렌더에 서리태, 잣, 검정깨를 넣고 물을 조금씩 넣어 가면서 간다(처음부터 물을 다 넣으면 곱게 갈리지 않는다). 체에 면 보자기를 깔고 콩물을 걸러낸 뒤, 블렌더에 다시 건더기만 넣고 콩물을 더해 간다(집에서 쓰는 블렌더는 콩이 곱게 갈리지 않아서 콩 갈기를 여러 차례 반복해야 한다). 과정이 끝나면 건더기만 냉동실에 얼려둔다.2국수는 알맞게 삶아 찬물에 잘 헹궈 물기를 뺀다. 냉동한 콩 건더기는 분쇄하고, 국수 위에 듬뿍 얹고 채 썬 오이, 토마토로 장식한 뒤 콩국물을 조심조심 붓는다.

연근초밥과 삼치커리구이


혼자서 생활하다 보면 생선 구워 먹는 일이 가장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다. 생선 굽는 냄새도 만만치 않아 엄두가 나질 않는다. 요즘엔 1인 가구를 위해서 생선포를 떠서 포장, 냉동한 제품들을 팔기도 한다. 단, 미리 손질한 생선을 살 땐 질 좋은 천일염으로 염장했는지 유심히 살피는 게 요령이다. 삼치는 살도 두툼하고 비린내가 적어서 카레를 묻혀 구워먹기도 좋다. 레몬이나, 라임을 곁들이면 한층 상큼하게 먹을 수 있다. 연근, 당근, '단촛물(식초, 설탕을 섞은 뒤 소금을 약간 넣어서 만든 물)'을 넣고 밥을 비빈 뒤 삼치구이와 먹으면 속이 든든하다. 도시락으로도 만들기에도 좋은 메뉴다.1밥은 고슬고슬하게 짓는다. 단촛물은 미리 만들어둔다. 연근은 얇게 썰어 식초 끓인 물에 살짝 데쳐 건져 둔다. 단촛물에 연근을 버무려 간이 배게 한다. 당근도 얇게 다진 뒤에 올리브오일, 단촛물을 조금 섞어서 역시 간이 배게 한다.2송송 썬 실파, 돌돌 말아 채 썬 깻잎을 찬물에 담근다. 라임은 '웨지' 모양으로 썰어 준비한다. 삼치 포는 간이 돼 있으므로 물기만 없앤 후 밀가루, 강황을 섞은 가루를 앞뒤 골고루 묻혀준다. 달군 팬에 현미 유를 두르고 껍질부터 노릇하게 굽는다.3밥에 미리 준비해 둔 연근, 당근, 실파, 검은깨를 합하고 남은 단촛물을 섞는다. 그릇에 밥을 옮겨 담고 삼치, 깻잎, 라임을 올려서 내면 끝.tip 단촛물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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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짓는 동안 식초에 다시마를 담가 놓는다.2그렇게 만든 다시마 식초 2큰술, 소금 2작은술, 설탕 1작은 술, 청주 1작은술을 넣는다.

 

출처: 몸과 마음이 헛헛할 때 드세요 엘르|입력2013.08.21 1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