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행정제를 도입하자'>          김선일과 행정책임    이번 외교부 사무관이 AP통신의 문의 전화를 묵살한 것에 대해 그 사무관만 탓할 수 없다. 아마도 그는 사건 전까지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멀쩡한 사람을 그렇게 만든 우리나라 공무원 행동요령에 근본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행정은 부처건 개인이건 업무의 책임한계를 정해 놓지 않는다. 예를 들어 보면 우리의 모델이 된 일본의 법에는 ‘총리부는 교통안전에 대한 책무를 진다'라는 규정이 있는데 우리의 법에는 '교통안전에 관한 업무를 수행한다’ 라는 식으로 되어 책임에서 자유롭다. 그래서 해마다 교통사고로 사상자가 50만이나 발생하는 데도 책임지는 부서가 없다. 도로법을 보아도 일본은 ‘도로관리자는 도로를 안전하게 유지할 책무를 진다’라고 되어 있는데 우리 법에는 그러한 책무 조항이 없다.    즉 우리 행정체계의 기본은 누가 어떤 일을 한다고 업무를 배정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 업무 분장에 정부가 해야 하는 모든 일이 포함 되어 있다는 보장도 없을 뿐 아니라 책임을 진다는 말이 없다. 그래서 권한이 있어 봄직한 업무분야가 생기면 서로 하겠다고 부처간 알륵이 생기지만 책임 질 일은 피하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말단 공무원이라도 ‘job description' 이 있어 공석이 생기면 이를 공개하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뽑게 된다. 그러니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자기가 할 일을 알게 된다.    이렇게 업무에 책임을 지워 놓으면 그 일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결과가 잘 못되면 그 담당자는 나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며 피해자가 생긴다면 송사에 말려들어 공무원이 고달파 지겠지만 선진국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다.    첫째 공무원들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노심초사하여 자기 책무를 다하게 되어 국민이 그 덕을 볼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전문가가 될 것이다.    둘째는 업무 성적이 명확히 들어나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해 진다. 우리는 밤새워 일하면 일단 칭찬 받지만 사실 그 결과는 모르지 않는가? 또한 직속 상관이 업무평가를 하므로 상관에게 잘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비리에 연루되거나 사건이 터져 언론재판을 받지 않으면 문책을 당할 일이 별로 없다. 게다가 이러한 문책은 비교적 업무를 충실히 수행한 사람에게도 곧잘 터진다.    자연히 공무원들의 처신이 이에 따르게 된다. 즉 자기 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공부하고 연구하기 보다는 법조계와 언론계에 마당발을 만들고 사건이 안 터지기를 기원 하는 수 밖에 없다. 우리 정부의 업무 분장 규정과 함께 순환보직제는 이러한 공무원의 행태를 만들어 놓았다. 자기 업무를 전문적으로 연구할 필요 없이 12년 기다리면 다른 곳으로 보내 져 공무원들이 이임사에서 흔히 말하듯이 ‘대과 없이’ 지내면 된다. 어디 가든 마당발은 유지해 가며.    우리나라 국가 경영자들은 어떻게 국가 일이 비 전문가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여 순환보직제를 고집하는지 참으로 불가사의하다. 외국에서는 알지도 못하는 자리에 사람을 보내지도 않거니와 보내도 본인이 안 맞는 자리라고 사양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사건이 터지면 민심 무마용으로 무엇을 잘 못했느지도 모르고 있는 관리를 벌 줄 일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전문성을 길러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업무 업무분장과 인사 제도를 선진화 시켜야 할 것이다.    신부용 (교통환경연구원 원장)  연우포럼(www.younwooforum.com) 제공  출처:업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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